가스인간(Gas Man), 연상호와 오구리 슌이 만나 완성한 한일 합작 괴물 스릴러


연상호와 오구리 슌이 만나 한일 합작을 완성하다

지난 7월 2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가스인간은 공개 전부터 화제성이 남달랐던 작품입니다. 부산행과 지옥 그리고 기생수 더 그레이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 겸 각본가로 참여했고 실제 연출은 디즈니플러스 간니발을 만든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맡았습니다. 여기에 일본 최고 배우로 꼽히는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가 주연을 맡고 히로세 스즈까지 가세하면서 캐스팅 라인업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 작품은 1960년 개봉한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전 특촬 영화 가스인간 제1호를 원작으로 삼아 현대적인 범죄 스릴러로 새롭게 각색한 시리즈입니다. 한국 제작사 와우포인트와 일본 도호가 손을 잡고 만든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되었습니다. 총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한 편당 오십 분 안팎이라 하루 이틀이면 정주행이 가능한 분량입니다. 공개 이후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맛은 완전히 한국 드라마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연상호 감독 특유의 색깔이 짙게 묻어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생방송 도중 사람이 터지는 사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이야기는 한 대학교수가 생방송 도중 갑자기 몸이 부풀어 오르며 폭사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범인은 살인을 미리 예고하지만 범행 현장에는 침입한 흔적도 빠져나간 흔적도 전혀 남지 않습니다. 이 미증유의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경시청 형사 오카모토 켄지가 수사에 뛰어들고 여기에 사회부 기자 코노 쿄코가 특종을 좇으며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두 사람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드러나는 것은 범인이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라 몸 자체가 가스로 변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십칠 년 전 일어난 은폐된 사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시 국가는 의문의 운석을 제거하는 위험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하청의 하청을 거쳐 사실상 소모품처럼 동원했고 그 시설의 이름이 바로 화이트센터였습니다. 어린 시절 이 시설에서 지내던 쿄코는 상냥한 청년 렌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하는데 렌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대신 위험한 작업에 자원했다가 몸이 기체화되는 존재로 변하고 맙니다. 이십 년이 흐른 뒤 쿄코는 우연히 렌이 가스인간으로 되살아나는 현상을 목격하고 과거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이용해 그를 조종하며 자신을 버린 이들을 향한 복수를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형사와 기자가 정체불명의 살인마를 쫓는 추적극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국가가 힘없는 개인을 도구로 쓰고 버린 뒤 진실을 은폐한 구조적 비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구리 슌 아오이 유우 히로세 스즈가 완성한 팽팽한 연기

이 작품의 몰입도를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힘입니다. 오구리 슌은 오카모토 켄지라는 인물을 통해 진실에 다가갈수록 흔들리는 형사의 내면을 절제된 톤으로 그려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사건의 실체를 마주할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표정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오이 유우는 이번 작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코노 쿄코를 연기하는데 단순한 피해자도 그렇다고 완전한 가해자도 아닌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정의로운 주인공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자신의 복수를 위해 가까운 사람마저 도구로 이용하는 쿄코의 서늘한 얼굴을 설득력 있게 완성해낸 점이 특히 돋보입니다. 히로세 스즈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극의 사회적 배경을 드러내는 인물을 맡아 짧은 등장에도 확실한 존재감을 남깁니다.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특히 형사와 기자가 서로의 진심을 의심하면서도 함께 진실에 다가가는 중반부 장면들에서 가장 강렬하게 드러납니다.

스포일러 주의 화이트센터의 비밀과 결말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부터는 결말을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이라면 이 부분은 건너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화이트센터를 은폐한 이들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여기에는 경시총감과 도쿄 도지사 그리고 야쿠자 출신 사업가까지 얽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취약계층을 소모품처럼 이용했던 과거를 철저히 감춰왔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쿄코는 가스인간에 대한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도쿄 도지사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방송국 메인 스튜디오를 점거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켄지는 목숨을 걸고 쿄코와 주변 인물을 도망치게 하지만 결국 쿄코는 가스인간이 된 렌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렌을 이용한 순간부터 쿄코 역시 온전한 피해자로 남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결말은 통쾌한 승리보다는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쿄코의 모습을 한 가스인간이 다시 등장하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다음 시즌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직접 보고 느낀 장점과 아쉬운 점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장르물로서의 완성도와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시도가 돋보이는 드라마입니다. 국가가 약자를 시설에 가두고 착취한 뒤 은폐하는 구조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아픈 역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듭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가 일본이라는 낯선 배경 위에서도 이질감 없이 녹아든 점은 확실한 강점입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마다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가 다소 기복을 보이는 순간들이 있어 크리처물로서의 비주얼적 만족도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또한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와 은폐라는 무거운 주제에 집중하면서 초반의 미스터리 스릴러적 긴장감이 다소 옅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열린 결말 역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시즌만으로 완결된 카타르시스를 원했던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신체가 부풀어 터지는 고어한 장면과 폭력적인 묘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시청 전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크리처 콘셉트를 사회파 스릴러로 재해석해낸 기획력만큼은 올해 공개된 일본 드라마 중 단연 돋보이는 수준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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