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다시 한번 안방극장을 흔들다
올여름 안방극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단연 지성입니다. 지난 7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는 방송 첫 회부터 굿보이 이후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2회 만에 전국 시청률 5.4%를 찍으며 자체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고 공개 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에도 올랐습니다.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라 티빙에서는 실시간 방송만 볼 수 있고 정주행을 원하는 시청자는 넷플릭스를 찾아야 합니다. 조용원 감독과 김윤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번 드라마는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을 둘러싼 유쾌한 소동극을 그려냅니다. 아직 12부작 중 초반부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으며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습니다.
178억이 숨겨진 아파트에 뛰어든 전직 조직 보스
이야기의 중심에는 지성이 연기하는 박해강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오아시스파의 전직 보스로 돈 냄새 하나는 귀신같이 맡는다는 뜻에서 추심의 제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입니다. 사설 도박장 단속과 협박으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자신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인 박용만이 구치소에 갇히자 그를 구해낼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한 대단지 아파트에는 오랫동안 쌓여온 장기수선충당금 178억 원이 잠들어 있다는 정보입니다. 해강은 이 눈먼 돈을 손에 넣기 위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문제는 그가 이혼남이라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는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생이자 변호사 시험만 보면 계속 미끄러지는 장수생 강하리에게 거액을 제안하며 가짜 아내가 되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윤경이 연기하는 강하리는 처음에는 단순한 계약 관계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점점 얼렁뚱땅 만들어진 가짜 가족 안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됩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는 사실 온갖 이권 다툼과 비리로 얼룩진 공간이었고 해강은 돈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그 비리를 하나씩 파헤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결국 사기꾼처럼 시작한 그의 여정은 얼떨결에 아파트를 지켜내는 영웅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성 하윤경 박병은이 그려내는 가짜 가족의 케미
이 드라마의 재미를 절반 이상 책임지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앙상블입니다. 지성은 박해강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동안 보여줬던 강렬한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결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조직 보스 출신다운 카리스마는 유지하면서도 돈 앞에서 절박해지는 순간의 능청스러운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하윤경은 이번 작품에서 데뷔 이후 첫 주연을 맡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여줬던 단단한 인상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냅니다. 계약으로 시작된 가짜 아내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강하리라는 인물이 가진 생활력과 눈치 빠른 면모를 코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박병은은 이충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아파트가 자신들의 것인 양 구는 얄미운 캐릭터를 실감 나게 그려내며 극에 필요한 긴장감을 더합니다. 대사 톤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능글맞으면서도 얄미운 인물의 결을 정확하게 살려내는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특히 가짜 가족이라는 설정이 주민들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소동 장면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데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매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아직 방영 중이라 결말은 이렇게 흘러갈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작품이라 확정된 결말을 미리 전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전개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짚어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음 회차에 대한 추측과 전개 방향이 담겨 있으니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이 부분은 건너뛰시길 권합니다. 초반부의 핵심 갈등은 해강이 돈을 노리고 시작한 거짓 결혼이 점점 진짜 관계처럼 얽혀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해강과 하리의 가짜 부부 관계가 주민들 사이에서 점점 신뢰를 얻어가는 동시에 이충원을 비롯한 기존 세력과의 충돌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박용만을 구치소에서 구해내기 위한 자본금 마련이라는 해강의 원래 목적과 아파트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책임감 사이에서 그가 겪게 될 내적 갈등이 극의 중반부 이후 핵심 서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작진이 이 작품을 코믹함과 비리 파헤치기라는 두 축으로 설계한 만큼 후반부로 갈수록 아파트 안에 숨겨진 더 큰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해강이 진짜 의미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예측일 뿐 실제 결말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보고 느낀 장점과 아쉬운 점
현재까지 방영된 분량만 놓고 보면 이 드라마는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아파트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한 범죄극으로 풀어낸 기획력이 돋보입니다. 지성과 하윤경 박병은이 만들어내는 캐릭터 합도 매회 안정적인 재미를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눈에 띕니다. 가짜 가족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익숙한 장치이다 보니 초반부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또한 특정 직군을 희화화한다는 우려가 제작 단계부터 제기되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시선이 방송 내내 따라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작진은 특정 직군 전체를 폄훼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협회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12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코미디와 비리 폭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얼마나 균형 있게 잡아낼 수 있을지가 남은 회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여름 시즌 킬링타임용 드라마로는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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