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인간 그리고 마법이 공존하는 대륙은 언제나 혼란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괴물 사냥꾼인 위쳐는 돈을 받고 의뢰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은 위쳐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혐오하고 두려워합니다 감정이 메마른 돌연변이라 손가락질받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괴물보다 더 추악한 욕망을 가진 것은 오히려 인간들일 때가 많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위쳐 시즌 1은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공개 전부터 전 세계 판타지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입니다 게임으로 이미 친숙한 게롤트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옮겨오면서 방대한 세계관을 어떻게 구현했을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괴물을 때려잡는 액션물에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시공간에 놓여 있던 세 명의 주인공이 운명이라는 거대한 실타래에 엮여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냅니다 리비아의 게롤트와 벤거버그의 예니퍼 그리고 신트라의 공주 시릴라가 겪는 고난과 성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방대한 서사시의 서막을 알리는 시즌 1은 불친절한 시간 구성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전해지는 전율은 상당합니다 오늘은 운명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들의 세상에 던져진 돌연변이
리비아의 게롤트는 키키모어와 같은 흉측한 괴물을 사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위쳐입니다 그는 블라비켄이라는 마을에 들렀다가 마법사 스트레고보르와 렌프리라는 공주 사이의 피할 수 없는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스트레고보르는 검은 태양의 저주를 받은 렌프리가 괴물이라며 그녀를 죽여달라고 의뢰하고 반대로 렌프리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스트레고보르를 죽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게롤트는 그 어느 쪽의 편도 들고 싶지 않아 중립을 지키려 애쓰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게롤트는 결국 렌프리와 그녀의 부하들을 베어버리게 되고 마을 사람들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살자라는 멸칭을 얻으며 쫓겨나게 됩니다 이는 게롤트가 가진 비극적인 운명과 세상의 부조리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위쳐는 사람들을 위해 칼을 휘두르지만 사람들은 그 결과만을 보고 그를 괴물 취급합니다
이후 게롤트는 음유시인 야스키에르와 함께 신트라 왕국의 공주 파베타의 구혼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파베타 공주와 저주받은 기사니 듀니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여왕 칼란테는 듀니를 죽이려 하지만 게롤트가 개입하여 듀니를 구해줍니다 그 과정에서 듀니와 파베타가 맺어지게 되고 듀니는 생명의 은인인 게롤트에게 보답을 하겠다고 합니다 게롤트는 의외성의 법칙을 언급하며 집에 갔을 때 너를 맞이하는 뜻밖의 것을 달라고 무심코 말합니다 바로 그 순간 파베타 공주가 아이를 잉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뱃속의 아이인 시리가 게롤트와 운명으로 묶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게롤트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며 그 자리를 떠나지만 운명은 그가 거부한다고 해서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훗날 멸망해가는 신트라 왕국과 게롤트를 다시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됩니다
비극적인 운명의 시작과 의외성의 법칙이 맺어준 인연
게롤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곳에서는 한 여인의 처절한 인생 역정이 펼쳐집니다 벤거버그의 예니퍼는 척추가 굽고 턱이 돌아간 기형적인 외모로 태어나 아버지에게조차 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마법 학교인 아레투자의 교장 티사이아 드 부리스에게 단돈 4마르크에 팔려가게 됩니다 아레투자에 입학한 예니퍼는 처음에는 마법에 재능을 보이지 못하고 좌절하지만 점차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거대한 혼돈과 힘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녀는 이스트레드라는 마법사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자신의 비밀을 스승에게 발설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낍니다
아레투자의 졸업식 날 예니퍼는 닐프가드라는 변방 국가로 배정받을 위기에 처합니다 권력과 아름다움을 갈망했던 예니퍼는 마법 시술을 통해 자신의 자궁을 적출하는 끔찍한 고통을 감내하며 완벽한 미녀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녀는 왕들의 연회장에 당당히 등장하여 에이단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자신이 원하던 지위를 쟁취해냅니다 긴 세월이 흘러 강력한 마법사가 된 예니퍼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뒤늦게 후회하며 잃어버린 생식 능력을 되찾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니를 찾고 있던 게롤트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지니의 마법으로 인해 게롤트와 예니퍼는 서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리며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복잡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두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예니퍼는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여전히 공허함을 느끼고 게롤트는 고독한 방랑자의 삶 속에서 예니퍼를 통해 처음으로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혼돈과 마법의 불꽃 예니퍼
신트라의 왕국은 남쪽의 거대 제국 닐프가드의 침공으로 인해 불바다가 됩니다 칼란테 여왕은 패배를 직감하고 자신의 손녀인 시릴라 공주에게 리비아의 게롤트를 찾아가라는 유언을 남기고 성에서 뛰어내려 자결합니다 시리는 불타는 성을 뒤로하고 홀로 세상 밖으로 내던져집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던 시리는 험난한 도피 생활을 하며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자신을 쫓는 닐프가드 병사들의 위협에 시달립니다 그녀는 도망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신비한 힘을 우연히 발현하기도 하며 브로킬론 숲의 드라이어드들을 만나 잠시 안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시리의 여정은 게롤트와 예니퍼의 이야기와 달리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초반에는 이 세 사람의 시간대가 다르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시리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과거의 사건들이 어떻게 현재의 시리로 이어지는지 퍼즐이 맞춰지게 됩니다 시리는 도플러라는 변신 괴물의 위협을 받기도 하고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할 뻔하기도 하면서 세상의 잔혹함을 뼈저리게 배웁니다 하지만 그녀는 게롤트를 찾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녀의 여정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도망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고대 혈통의 비밀을 간직한 시리는 자신이 왜 쫓겨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운명이 이끄는 대로 게롤트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과 함께 알 수 없는 결의가 서려 있습니다
무너진 왕국에서 홀로 남겨진 소녀 시리가 겪는 시련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흘러가던 세 사람의 운명은 닐프가드의 북부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마침내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게 됩니다 닐프가드 군대는 북부 왕국들을 차례로 점령하고 마법사들이 지키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소든 언덕으로 진격합니다 티사이아를 비롯한 북부의 마법사들은 닐프가드의 마법사들과 군대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준비합니다 예니퍼 역시 처음에는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지만 결국 스승과 동료들을 위해 소든 언덕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예니퍼는 자신의 모든 혼돈을 쏟아부어 거대한 불길을 일으키며 닐프가드 군대를 태워버립니다 이 전투는 예니퍼가 더 이상 이기적인 마법사가 아니라 세상을 구하기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한편 게롤트는 신트라가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아다닙니다 그는 시리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운명의 끈은 그를 시리가 있는 곳으로 이끕니다 소든 언덕의 전투가 끝난 후 숲속을 헤매던 게롤트는 어느 농가의 상인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상인은 시리를 보호하고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숲속에서 게롤트와 시리는 서로를 알아보며 달려가 포옹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운명으로 묶인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순간 깊은 유대감을 느낍니다 시리는 게롤트에게 안기며 예니퍼는 누구냐고 묻습니다 이 마지막 대사는 세 사람의 운명이 이제 완전히 하나로 얽혔음을 암시하며 시즌 1의 대단원을 장식합니다
이 밑으로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든 언덕의 전투와 드디어 마주한 운명의 아이
소든 언덕 전투의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닐프가드의 흑마법사들은 금기시된 마법까지 사용하며 북부 마법사들을 공격했고 많은 마법사들이 목숨을 잃거나 끔찍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예니퍼는 전세가 불리해지자 티사이아의 조언대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켜 억눌러왔던 혼돈을 해방합니다 그녀가 내뿜은 거대한 불꽃은 숲과 적군을 순식간에 집어삼켰고 전투는 북부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엄청난 힘을 쏟아부은 예니퍼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녀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남게 됩니다
게롤트는 구울 떼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경을 헤매다 어머니인 비세나에 대한 환영을 봅니다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신의 버림받았던 과거와 마주하며 고통스러워합니다 상인의 수레에 실려 이동하던 게롤트는 숲 근처에서 기이한 이끌림을 느끼고 비틀거리며 숲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닐프가드 군을 피해 도망치던 시리가 있었습니다 시리 역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게롤트를 향해 달려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만남을 넘어 서로의 고독을 채워줄 가족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게롤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시리 또한 지켜줄 존재를 찾게 된 것입니다 예니퍼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게롤트와 시리의 만남은 시즌 2에서 펼쳐질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헨리 카빌과 앤야 칼로트라 그리고 프레이야 앨런이 보여준 연기의 깊이
위쳐 시즌 1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롤트 역을 맡은 헨리 카빌은 원작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만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습니다 그는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와 무뚝뚝하면서도 내면에 따뜻함을 간직한 게롤트의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검술 액션 장면에서는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직접 소화하며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위쳐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블라비켄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시장통 전투 씬은 헨리 카빌의 노력이 빛을 발한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가 내뱉는 흠이나 젠장 같은 짧은 감탄사조차 게롤트 그 자체였습니다
예니퍼 역의 앤야 칼로트라는 신인에 가까운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꼽추였던 시절의 불안하고 위축된 모습부터 강력한 힘을 손에 쥔 소서리스의 당당하고 오만한 모습까지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녀의 눈빛 연기는 예니퍼가 가진 결핍과 욕망을 섬세하게 담아내어 시청자들이 그녀의 감정에 깊이 이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리 역의 프레이야 앨런 또한 도망자 신세인 공주의 두려움과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했습니다 시즌 1에서는 주로 도망치거나 숨는 장면이 많아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강인한 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 세 배우의 조화는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판타지 대작으로서의 가능성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첫 번째 시즌
위쳐 시즌 1은 넷플릭스가 왕좌의 게임에 대적할 만한 판타지 대작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화려한 영상미와 수준 높은 액션으로 구현해내며 판타지 장르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습니다 특히 헨리 카빌의 헌신적인 연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원작의 독특한 분위기인 동유럽의 설화적인 요소와 다크 판타지의 색채를 잘 버무려 낸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의 디자인과 특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복잡한 시간대 구성입니다 게롤트와 예니퍼 그리고 시리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합쳐지는 방식은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었습니다 별도의 자막이나 설명 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벅차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한 일부 CG의 퀄리티가 들쑥날쑥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황금 용의 디자인이나 대규모 전투 씬에서의 배경 처리는 제작비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쳐 시즌 1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드라마이며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도입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시거나 헨리 카빌의 팬이라면 꼭 한 번 정주행 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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