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 (Sculptured City),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지옥에서 처절하게 살아돌아온 남자 1~6화 리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도시가 있다면 그리고 그 도시의 누군가가 당신의 삶을 마음대로 조각하고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장난 같은 설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분노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하반기 최대 기대작 조각도시는 바로 이러한 소름 끼치는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지창욱과 도경수라는 믿고 보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1화부터 6화까지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옥 같은 감옥 생활을 견뎌낸 한 남자의 핏빛 복수극 그리고 사람의 인생을 조각하듯 설계하는 악마 같은 존재의 대결을 그린 이 드라마의 전반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조각 나고 지옥도가 펼쳐지다

드라마의 시작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평범해서 오히려 불안함을 자아내는 주인공 태중의 일상으로 문을 엽니다.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던 태중은 누구보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선량한 시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복은 어느 날 퇴근길에 일어난 의문의 교통사고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단순한 접촉 사고인 줄 알았으나 차 트렁크에서는 다량의 마약이 발견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체포합니다. 태중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상황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믿었던 지인들마저 거짓 증언을 하며 태중을 마약상이자 살인 용의자로 몰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태중이 겪는 심리적 공포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고립감과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향해 웃어주던 세상이 순식간에 적의를 드러내는 상황 묘사는 시청자로 하여금 태중의 공포에 깊이 이입하게 만듭니다. 결국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태중은 그곳에서 생지옥을 경험합니다. 흉악범들이 우글거리는 교도소 안에서 전직 모범 시민 태중은 먹잇감에 불과했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구타와 조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순간들을 견디며 태중은 점점 말라가고 눈빛은 생기를 잃어갑니다. 1화와 2화는 이렇게 한 인간이 철저하게 파괴되는 과정을 잔혹하리만치 리얼하게 보여주며 앞으로 펼쳐질 복수의 당위성을 탄탄하게 쌓아 올립니다.

태중이 삶을 포기하려던 찰나 그는 교도소 내의 한 늙은 죄수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태중의 몰락이 우연이나 불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사람들의 인생을 조각하여 지옥으로 만드는 설계자 요한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태중의 눈빛은 절망에서 살기로 바뀝니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한 놈을 찾아내어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태중은 교도소라는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맞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고 짐승처럼 싸우는 법을 익히며 그는 더 이상 선량한 시민 태중이 아닌 복수에 미친 짐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지창욱 배우의 처절한 트레이닝 몽타주는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설계자 요한의 실체와 태중의 치밀한 반격 준비

드라마는 3화와 4화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설계자 요한의 세계를 조명합니다. 겉보기에는 유능하고 젠틀한 건축가처럼 보이는 요한은 사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며 그들의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사이코패스입니다. 그에게 사람의 인생은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깎고 다듬을 수 있는 조각품에 불과합니다. 도경수 배우가 연기하는 요한은 기존의 악역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나직한 목소리와 서늘한 눈빛만으로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만듭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 모니터로 태중이 교도소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흥미로운 영화를 보듯 미소 짓습니다. 이러한 요한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극도의 불쾌감과 분노를 유발하며 태중이 그를 반드시 응징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만듭니다.

한편 교도소 안에서 세력을 키운 태중은 특사로 풀려날 기회를 잡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는 교도소장의 비리를 파헤쳐 협박하는 대담함을 보이고 동료 죄수들을 포섭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만듭니다. 과거의 어리숙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냉철하고 계산적인 전략가로 변모한 태중의 모습은 짜릿한 쾌감을 줍니다. 특히 감옥 안에서 요한의 하수인 중 한 명을 찾아내어 잔혹하게 심문하는 장면은 태중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그는 더 이상 법과 정의를 믿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의 손으로 직접 심판하겠다는 의지인 사적 제재만이 그가 믿는 유일한 정의가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소한 태중은 본격적으로 요한의 꼬리를 잡기 위해 움직입니다. 하지만 요한은 그림자 뒤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태중은 요한이 만들어놓은 또 다른 함정들에 빠지며 고군분투합니다. 이 과정에서 태중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연대하며 조각도시라는 거대한 조직에 대항할 힘을 기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심리전과 추리에 방점을 둔 전개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합니다. 태중이 요한의 설계를 하나씩 역이용하여 조직의 말단부터 무너뜨리는 과정은 마치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듯한 지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요한이 설계한 지옥에서 돌아온 태중이 이제는 역으로 요한의 세상을 조각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꼬리를 무는 추격전과 드디어 마주한 두 남자

5화와 6화에서는 태중과 요한의 거리가 좁혀지며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태중은 요한의 오른팔 격인 인물을 납치하여 요한의 아지트에 대한 단서를 얻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과 격투씬은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과 타격감을 자랑합니다. 태중은 단순히 폭력으로만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전술을 구사합니다. 이는 태중이 요한에게 당했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복수의 의미를 더욱 부각합니다. 요한 역시 태중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끈질기게 추적해오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완벽했던 조각품에 균열을 내는 태중의 존재가 거슬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유희 거리를 찾은 듯한 요한의 태도는 소름 돋는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특히 6화 중반부 태중이 요한의 비밀 자금 세탁 장소를 급습하는 장면은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클럽 지하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태중은 수많은 적들을 홀로 상대하며 피투성이가 되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습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튀는 핏방울은 그가 겪어온 고통의 무게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결국 자금 관리인을 제압하고 요한과의 통화를 시도하는 태중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요한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태연하고 차분해서 더욱 공포스럽습니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나 모르겠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요한에게 태중은 "기다려 곧 네 목을 조각해 줄 테니"라고 응수하며 선전포고를 날립니다.

이제 드라마는 단순히 쫓고 쫓기는 관계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걸고 싸우는 전쟁으로 확장됩니다. 태중은 요한의 정체를 세상에 폭로하고 그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요한은 이미 언론과 경찰 고위층까지 매수해 놓은 상태입니다. 태중의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듯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태중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감옥에서 얻은 정보와 인맥을 총동원하여 요한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놓기 시작합니다. 6화의 엔딩이 다가올수록 두 남자의 대면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조들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비 내리는 밤거리를 질주하는 태중의 차와 고층 빌딩 펜트하우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요한의 모습이 교차 편집되며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지창욱,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린 광기의 연기

이번 작품에서 지창욱 배우는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극 초반 선하고 가정적인 남자의 모습에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바닥까지 떨어진 후 복수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과정까지의 감정 변화를 소름 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특히 교도소 독방에 갇혀 허공을 응시하며 눈물을 흘리다가 서서히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롱테이크 씬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을 것입니다.

지창욱은 잘생긴 얼굴을 망가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거친 피부 분장과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핏발 선 눈동자는 그가 겪은 풍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액션 연기 또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정제된 무술이 아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처절한 막싸움에 가까운 액션을 통해 캐릭터의 절박함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실린 분노와 슬픔의 무게감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지창욱이라는 배우가 가진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 한번 증명해 낸 작품이며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기억될 것입니다.

도경수, 순수한 얼굴 뒤에 숨겨진 악마의 얼굴

도경수 배우의 악역 변신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맑고 큰 눈망울을 가진 그가 사람을 벌레처럼 여기며 잔혹한 설계를 일삼는 요한 역을 맡았을 때의 이질감이 오히려 캐릭터의 공포감을 배가시켰습니다. 도경수는 감정을 과잉으로 표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거세한 듯한 건조한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압박합니다.

그의 연기가 무서운 점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순수악을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요한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낍니다. 도경수는 미세한 근육의 떨림이나 눈꺼풀의 움직임 같은 디테일한 연기로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태중을 바라볼 때 짓는 묘한 미소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기존의 악역들과는 차별화된 세련되고 지적인 그러나 그 누구보다 잔인한 빌런을 탄생시킨 도경수 배우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 같은 영상미와 다소 가혹한 폭력성에 대한 평가

조각도시는 드라마라기보다는 6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영상미와 연출력을 자랑합니다. 누아르 장르 특유의 어둡고 습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조명과 카메라 워킹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또한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편집은 시청자들이 딴짓을 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를 비롯한 조연들의 구멍 없는 연기력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습니다. 음악 사용 또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임팩트를 주어 감정선을 극대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복수극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습니다. 교도소 내의 가혹 행위나 고문 장면 등이 너무 사실적이고 빈번하게 등장하여 보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 태중이 겪는 불행이 너무 가혹하게 몰아쳐서 초반부에는 보는 내내 피로감이 몰려올 수도 있습니다. 요한이라는 설계자가 너무 전지전능하게 그려져서 과연 태중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후반부 카타르시스를 위한 장치이겠지만 개연성 면에서 다소 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태중과 요한의 첫 대면 그 숨 막히는 결말

6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 쌓아온 긴장감이 폭발하는 순간입니다. 태중은 요한이 주최하는 비밀 자선 파티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들 사이에서 태중은 요한을 찾아 헤매고 드디어 테라스에 홀로 서 있는 요한을 발견합니다. 태중이 천천히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요한이 뒤를 돕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흐릅니다.

태중은 품 안에 숨겨둔 칼을 꽉 쥐고 요한은 그런 태중을 보며 여유롭게 와인 잔을 들어 올립니다. "드디어 왔네 내 최고의 걸작"이라며 웃는 요한과 그를 향해 달려드는 태중의 모습에서 화면이 암전 되며 6화가 마무리됩니다. 과연 태중은 이 파티장에서 요한에게 복수의 칼날을 꽂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또한 요한이 설계한 또 다른 함정일까요.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강렬한 엔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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