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오브 비스트(Heart of the Beast) 리뷰, 브래드 피트와 군견 오딘에게 에그지수 96%가 쏟아진 이유

개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겁니다. 이 녀석은 나를 어디까지 믿어 줄까. 그리고 나는 이 녀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는 바로 이 질문을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숲 한가운데로 던져 놓습니다.

전쟁터에서 서로의 목숨을 구했던 한 남자와 한 마리 군견이 있습니다. 두 존재 모두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알이 아니라 대자연이 그들을 시험합니다. 비행기는 추락했고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끝없는 숲과 강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퓨리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12년 만에 다시 손잡은 하트 오브 비스트는 미국 개봉 직후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6%로 출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내에서도 10월 28일 개봉해 첫날 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오늘은 하트 오브 비스트의 줄거리와 결말 그리고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많은 관객을 울렸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알래스카 호숫가에 숨어 살던 두 전우

주인공 제임스 벨몬트는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의 퇴역 군인입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빈 그는 전쟁의 기억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상대는 군견 오딘입니다. 저먼 셰퍼드인 오딘은 전투에서 다리 하나와 이빨 일부를 잃어 금속 의족과 은빛 의치를 달고 있습니다. 제임스와 마찬가지로 오딘도 전쟁의 상처를 품고 사는 존재입니다.

두 전우는 알래스카의 외딴 호숫가에서 세상과 떨어져 조용히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왓킨스라는 남자가 찾아와 밑줄이 잔뜩 그어진 책 한 권을 남기고 떠납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제임스가 아직 완전히 세상과 끊어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다음 날 제임스는 오딘을 태우고 작은 경비행기를 몰다가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으로 정신을 잃고 맙니다. 비행기는 그대로 물 위로 추락합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두 전우 앞에 남은 것은 끊어진 통신과 부상당한 몸 그리고 사방을 둘러싼 야생뿐입니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는 약 58마일 우리 식으로 9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입니다.

영화는 독특하게도 오딘이 홀로 도로 위에 서 있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한 젊은 여성이 차를 몰다가 위장 조끼를 입은 개를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일주일 전으로 돌아갑니다. 관객은 처음부터 이 개가 어떻게 혼자가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영화를 따라가게 됩니다.

곰과 늑대 그리고 거센 강물이 막아선 생존의 길

추락 이후 영화는 본격적인 생존 드라마로 바뀝니다. 제임스는 다친 오딘을 먼저 치료하고 남은 장비를 챙겨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특수부대 출신답게 그는 불을 피우고 길을 찾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심장 질환과 몸 곳곳의 부상 때문에 영화 속 브래드 피트는 결코 무적의 영웅이 아닙니다.

여정은 쉼 없이 위기를 던집니다. 숲에서는 거대한 곰과 마주치고 밤에는 늑대 무리가 두 전우를 노립니다. 낭떠러지 사이에 걸친 통나무 위를 건너야 하는 장면에서는 아래로 거센 강물이 흐르고 있어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이 납니다. 나무다리를 건너다 팔이 부러지고 진흙 늪을 헤치며 나아가는 동안 제임스의 몸은 점점 무너져 갑니다. 먹을 것은 줄어들고 상처는 덧나며 밤이면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듭니다. 그래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자신이 멈추면 오딘도 함께 이곳에 갇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생존 액션과 다른 점은 위기마다 두 존재가 서로를 지킨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임스가 오딘을 보살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딘이 제임스를 지키는 장면이 늘어납니다. 위험이 다가오면 오딘이 먼저 몸을 던지고 제임스가 쓰러지면 오딘이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관계를 주인과 반려견이 아니라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전우로 그려 냅니다. 대사를 나눌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브래드 피트가 오딘에게 건네는 짧은 말들은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에그지수 96%로 출발한 하트 오브 비스트의 힘

하트 오브 비스트는 엠바고가 풀린 직후 로튼 토마토 평론가 점수 96%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리뷰가 늘어나면서 80퍼센트대 후반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경력에서 가장 좋은 평가입니다. 관객 점수는 95%에서 96% 사이를 오가며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미국 시네마스코어 조사에서도 A마이너스를 받았습니다.

평론가들이 가장 많이 꼽은 장점은 감정의 진정성입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영화를 사실상 한 남자와 개의 사랑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에이어 감독 특유의 거친 폭력성 대신 절제된 감성을 택한 점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는 남자들도 참지 못하고 우는 영화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따라붙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오딘 그 자체입니다. 오딘을 연기한 개 우버는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구조견으로 여러 마리의 대역견과 함께 이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대본에 없는 행동으로 브래드 피트를 놀라게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반응이 영화의 감정선을 단단하게 받쳐 줍니다. 버라이어티의 평론가는 개의 연기가 훌륭하고 브래드 피트도 아주 좋았다는 농담 섞인 평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J.K. 시몬스 그리고 안나 람베의 연기

브래드 피트는 이번 작품에서 영화의 대부분을 혼자 끌고 갑니다. 대사를 주고받을 상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는 표정과 숨소리만으로 상처 입은 군인의 내면을 보여 줍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오딘 앞에서만 무장이 풀리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촬영 3주 전부터 개들과 함께 지내며 교감을 쌓았다고 하는데 그 노력이 화면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퓨리에서 보여 준 강인한 군인의 모습에 부드러운 연민이 더해진 연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과거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연기가 좋은데도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진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J.K. 시몬스는 왓킨스 역으로 등장합니다. 분량은 길지 않지만 짧은 장면에서도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으로 제임스의 고독을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만큼 배우를 더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안나 람베는 도로 위에서 오딘을 발견하는 앰버를 연기합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잇는 중요한 역할로 말 없는 개와 낯선 사람이 서서히 마음을 여는 순간을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표현했습니다.

아래부터는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 주세요.

북극광 아래에서 남긴 마지막 편지

마침내 도로가 보이는 곳까지 왔지만 제임스의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합니다. 심장은 약해졌고 추위와 부상이 그의 마지막 힘까지 빼앗아 갑니다. 자신이 살아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제임스는 편지를 써서 오딘의 하네스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리고 오딘에게 혼자 도로로 가라고 명령합니다.

밤하늘에 북극광이 흐르는 가운데 제임스는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아침이 되어 그의 죽음을 알아챈 오딘이 길게 울부짖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입니다. 그러나 오딘은 마지막 명령을 지키기 위해 홀로 도로를 향해 달립니다. 평생 제임스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던 군견이 처음으로 제임스 없이 내딛는 걸음입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우리가 본 그 외로운 개의 모습이 이제야 무슨 의미였는지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도로에서 오딘을 발견한 사람은 영화 첫 장면의 그 여성 앰버입니다. 앰버는 오딘의 장비에서 편지를 발견합니다. 편지에는 오딘이 전쟁을 함께 견딘 군견이라는 사실과 그가 겪는 트라우마 그리고 오딘이 알아듣는 명령어가 적혀 있습니다. 제임스는 오딘을 거두는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남기겠다고 썼고 자신의 몸은 야생에 그대로 남겨 달라고 부탁합니다. 앰버가 오딘을 트럭에 태우고 떠나며 영화는 끝납니다. 제임스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오딘을 살린다는 마지막 임무만큼은 끝내 완수한 것입니다.

눈물샘은 확실하지만 새로움은 부족한 생존극

하트 오브 비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이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인간과 개의 우정을 억지로 짜내지 않고 차분하게 쌓아 올리기 때문에 결말의 울림이 큽니다.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거칠고 축축한 자연은 엽서처럼 예쁘지 않아서 오히려 생존의 고통이 실감 납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폭력 수위가 높지 않아 가족이 함께 보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비행기 추락과 곰과 늑대의 습격 그리고 아슬아슬한 다리 건너기까지 생존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장면이 많아 전개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부 평론가는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피아노 음악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인공이 끝내 죽는 결말 때문에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고 싶은 관객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개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일찍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줄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리하면 하트 오브 비스트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영화라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 낸 영화입니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손수건을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반전보다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하트 오브 비스트는 올가을 충분히 극장을 찾을 만한 이유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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