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100 Days of Deception) 출연진 제작진 계보, 우영우 감독과 브람스 작가 그리고 위성락을 지우려는 진선규가 만난 이유

이름만 들어도 기대되는 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드라마를 고를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누가 쓰고 누가 찍었는지 그리고 누가 나오는지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tvN 2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00일의 거짓말은 1932년 경성을 배경으로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이 적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100일간의 첩보 로맨스입니다. 10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16부작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되며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각자의 대표작으로 실력을 증명한 감독과 작가 그리고 서로 다른 작품에서 쌓아 온 인연을 가진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작품 하나를 보면서 배우들의 지난 필모그래피와 숨은 인연을 함께 따라가 보면 100일의 거짓말을 훨씬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작진과 배우의 계보를 따라가며 이 드라마가 왜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유인식 감독과 류보리 작가의 계보

유인식 감독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로 최고 시청률 27.6퍼센트를 이끌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연출가입니다. 의학 드라마와 법정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 준 장기는 무거운 소재 속에서도 인물의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00일의 거짓말 역시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대를 다루지만 무겁기만 한 작품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류보리 작가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 내 주목받았고 트롤리로 묵직한 이야기도 다룰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통역이라는 소재를 통해 말의 표면 아래 숨은 진실과 거짓을 파고듭니다. 류보리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구 조선총독부 건물 실측 및 철거 보고서를 주요 자료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유인식 감독은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류보리 작가와 회의하면서 모든 인물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변해 가는 모습이 담긴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쓰는 작가와 인물의 온기를 살리는 감독의 조합이 시대극을 만났다는 점이 100일의 거짓말의 첫 번째 기대 포인트입니다.

박진영과 진선규의 마녀 인연 그리고 처음 만난 세 배우

배우들 사이의 인연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박진영과 진선규는 2025년 채널A 드라마 마녀에서 먼저 만났습니다. 마녀에서 박진영은 주인공 동진을 연기했고 진선규는 동진이 다니는 대학의 교수 황정식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진선규가 박진영과 찰떡 같은 호흡을 보여 주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때는 스승과 제자였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와 그의 양아들 사토 히데오로 다시 만났습니다. 다정했던 사제 관계가 서늘한 양부자 관계로 바뀐 셈이라 두 작품을 모두 본 시청자라면 그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들도 있습니다. 김현주와 진선규 그리고 이무생은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함께 출연해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극 중에서 김현주는 구국단 저격수 유소란을 이무생은 조선계 미국인 특파원 유필립을 연기하며 두 사람은 위장 부부로 등장합니다. 처음 만난 배우들이 오래된 동지이자 부부를 연기해야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호흡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박진영은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작가 그리고 선배 배우들이 모두 확정된 상태에서 뒤늦게 합류했다며 이 조합을 보고 하지 않기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김유정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는 100점 만점에 1000점이라고 답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진선규가 위성락을 지우고 싶었던 이유

이번 작품의 계보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진선규입니다.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의 위성락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악역 이미지를 남겼고 천만 영화 극한직업으로 친근한 얼굴까지 얻은 배우입니다. 그런 그가 100일의 거짓말에서 맡은 인물은 출세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조선총독부 2인자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입니다. 구국단의 제1 표적이기도 합니다.

진선규는 제작발표회에서 위성락을 지워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찍었다며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인식 감독도 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힘을 실었습니다. 자신의 대표 악역을 스스로 넘어서겠다는 각오는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미 성공한 캐릭터를 반복하는 대신 전혀 다른 결의 악인을 새로 만들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준비 과정도 남달랐습니다. 진선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일본인인 역할이라 일본어를 잘해야 했다며 히라가나도 몰랐기 때문에 두 달 동안 일본에서 지내며 하루 7시간씩 대본을 외우고 일본어 수업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에는 일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발음과 억양이 자연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위성락이 거칠고 폭발적인 악인이었다면 사토 신이치는 웃음기 없이 태연하게 상대를 떠보는 차가운 악인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다른 얼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김유정 박진영 진선규의 연기를 냉정하게 보면

김유정은 아역 시절부터 해를 품은 달 같은 사극으로 얼굴을 알렸고 친애하는 X 이후 약 1년 만에 100일의 거짓말로 돌아왔습니다. 류보리 작가는 가경의 연기력과 거짓말 실력이 이야기의 개연성 그 자체라서 인물과 시청자를 모두 홀릴 배우가 필요했고 일본어와 영어를 소화할 성실함까지 갖춘 답이 김유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화면에서도 능청스러운 소매치기와 흔들리는 밀정 사이를 오가는 표정 연기가 안정적입니다. 다만 초반의 장난기 어린 톤이 시대극의 무게와 살짝 어긋나 보이는 장면도 있어 중반 이후 감정의 깊이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입니다.

박진영은 이번이 첫 시대극 도전입니다.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조선어를 모두 구사해야 하는 역할이라 머리가 아니라 입이 외우도록 연습했지만 현장에서는 실수가 잦아 끝까지 긴장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 노력 덕분인지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인물의 절제된 슬픔이 잘 살아 있습니다. 반면 감정을 숨기는 캐릭터라 초반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어 인물의 비밀이 풀리는 시점에 진가가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진선규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극 전체의 긴장을 책임지는 중심축입니다. 다만 악역의 존재감이 워낙 강하다 보니 장면에 따라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그의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계보를 알고 보면 더 보이는 장점과 아쉬움 그리고 남은 떡밥

100일의 거짓말의 가장 큰 장점은 검증된 제작진과 배우들이 각자의 강점을 정확히 쌓아 올렸다는 점입니다. 섬세한 대본과 따뜻한 연출 위에 오랜 인연과 새로운 만남이 섞이면서 화면에 다양한 결이 생겼습니다. 시청률도 첫 회 5.3퍼센트에서 출발해 4회 전국 평균 9.0퍼센트 최고 9.8퍼센트까지 오르며 기대에 응답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화려한 계보가 오히려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여 놓았기 때문에 작은 전개의 늘어짐도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외국어 대사 비중이 높아 자막 피로감이 있고 등장인물마다 두 개의 이름을 가져 초반 진입 장벽도 있는 편입니다.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끝까지 팽팽하게 끌고 갈 수 있을지는 후반부가 증명해야 할 몫입니다.

아래는 6회까지의 전개와 결말 예측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6회에서 감우성이 특별출연한 금석중이 사토 신이치의 총에 맞아 숨졌고 이를 본 이가경은 사토 히데오의 품에서 오열했습니다. 이어 사토 신이치가 금석중과 같은 희귀한 성을 가진 금서희라는 이름을 읊조리면서 가경의 위장 신분이 들통날 위기가 다가왔습니다. 결말은 아직 방송 중이라 확정되지 않았지만 마녀에서 사제였던 박진영과 진선규가 이번에는 양부자로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후반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성락을 지우겠다던 진선규의 각오가 어떤 마지막 장면으로 완성될지 끝까지 지켜볼 만합니다.

#100일의거짓말 #진선규 #박진영 #유인식감독 #류보리작가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