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을 불과 다섯 달 앞둔 1945년 봄의 경성은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습니다. 거리에는 일본 경찰의 감시가 가득했고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바로 그 시대 한복판에 괴물을 풀어놓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진짜 괴물은 병원 지하에 갇힌 괴생명체가 아니라 사람을 실험 재료로 삼은 인간의 탐욕이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과 부부의 세계로 단숨에 스타가 된 한소희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만으로 경성크리처는 공개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두 시즌을 합쳐 약 7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도 기대를 키웠습니다. 박서준 한소희 조합은 어떤 화제를 만들었고 이 드라마는 그 기대에 얼마나 답했을까요.
박서준 한소희 조합이 만든 공개 전부터의 화제성
경성크리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만든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를 쓴 강은경 작가가 손잡은 작품입니다. 여기에 박서준과 한소희라는 당대 최고 인기 배우 두 명이 주연을 맡았으니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은경 작가는 인터뷰에서 두 배우가 일제강점기라는 민감한 배경 때문에 출연을 망설일까 걱정했지만 작품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답을 듣고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다고 밝혔습니다. 한소희 역시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시즌1은 2023년 12월 22일 파트1 일곱 편이 먼저 공개됐고 2024년 1월 5일 파트2 세 편이 이어서 공개됐습니다. 공개 첫 주 만에 국내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올랐고 글로벌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화제성은 작품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한소희가 공개 직후 SNS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과 함께 작품에 대한 생각을 올리자 일부 일본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한소희는 인터뷰에서 파급력을 계산하고 올린 것이 아니며 일본 반응 때문에 이런 작품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 일은 오히려 국내에서 큰 응원을 받으며 경성크리처를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경성 최고의 전당포 주인과 사람을 찾는 토두꾼
장태상은 경성에서 가장 큰 전당포 금옥당을 운영하는 인물입니다. 돈과 정보를 사고팔며 일본 경찰과도 적당히 손을 잡고 사는 그에게 독립이나 대의 같은 것은 관심 밖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태상에게 어느 날 큰 문제가 닥칩니다. 경무관 이시카와가 사라진 자신의 애첩 명자를 찾아오지 않으면 금옥당을 빼앗겠다고 협박한 것입니다.
태상은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토두꾼 부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중 딸인 윤채옥은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이 날 만큼 실력이 뛰어난 토두꾼입니다. 채옥에게는 10년 전 사라진 어머니를 찾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었고 아버지와 함께 만주와 중국을 떠돌며 어머니의 흔적을 좇아 왔습니다. 무뚝뚝하지만 딸을 누구보다 아끼는 아버지 윤중원과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채옥은 태상이 지금까지 만나 온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부류였습니다. 돈으로 움직이는 태상과 오직 어머니만 바라보는 채옥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리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두 사람을 서로에게 끌리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거래로 손을 잡지만 명자의 흔적을 추적할수록 모든 단서가 한곳을 가리킵니다. 경성 한복판에 자리한 옹성병원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병원처럼 보이는 옹성병원 지하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조선인들이 잡혀 와 생체 실험의 재료가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 역사 속 731부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설정은 경성크리처가 단순한 괴수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병원 깊숙이 잠입한 태상과 채옥은 그곳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정체불명의 괴물과 마주하게 됩니다.
괴물의 정체와 인간의 탐욕이 드러나는 옹성병원
옹성병원의 실험은 나진이라는 기생 생물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나진에 감염된 사람은 괴물로 변하고 이성을 잃은 채 사람을 공격하게 됩니다. 일본군은 이 실험으로 전쟁에 쓸 무기를 만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태상과 채옥은 병원을 드나들며 명자의 행방을 찾던 중 더 큰 비극을 알게 됩니다. 병원 지하에 갇혀 있던 괴물이 바로 채옥이 10년 동안 찾아 헤맨 어머니였던 것입니다. 괴물이 된 어머니 앞에서 무너지는 채옥의 모습은 경성크리처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면으로 꼽힙니다. 괴물은 사람들을 공격하면서도 채옥 앞에서는 멈칫하며 딸을 알아보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 태상의 오랜 지인이자 병원 실험과 깊이 연결된 마에다 유키코는 태상을 향한 집착과 질투로 그를 끊임없이 위협합니다. 금옥당의 식구들까지 위험에 빠지면서 자신만 살면 된다고 믿었던 태상도 점점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채옥을 향한 마음이 커질수록 태상은 더 이상 이 비극을 외면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권준택과 그의 동료들이 옹성병원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더욱 긴박해집니다. 태상을 아들처럼 아끼는 금옥당의 안주인 나월댁은 따뜻한 웃음으로 극의 숨통을 틔워 주지만 그녀 역시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 됩니다. 살아남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던 사람들이 하나둘 선택의 순간 앞에 서게 되는 과정이 경성크리처 중후반부의 가장 큰 힘입니다.
1945년의 끝과 2024년 서울로 이어진 인연
이 부분부터는 드라마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즌1의 마지막에서 옹성병원은 거대한 폭발과 함께 무너집니다. 마에다는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도 살아남고 병원의 연구자 가토는 그녀에게 나진이 든 물을 내밀며 새로운 선택을 하라고 권합니다. 치명상을 입고 물속으로 가라앉던 채옥 곁에는 괴물이 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속 나진을 채옥에게 넘겨주고 채옥은 물속에서 다시 눈을 뜹니다. 그리고 쿠키 영상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태상과 똑같은 얼굴의 남자 호재가 등장하며 시즌1이 끝납니다.
2024년 9월 27일 공개된 시즌2는 이 결말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나진 덕분에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이 된 채옥은 79년이라는 긴 세월을 홀로 버텨 2024년의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채옥 앞에 태상의 모든 것을 닮은 호재가 나타나고 옹성병원의 실험을 이어받은 전승제약과 그 뒤에 숨은 마에다가 다시 두 사람을 위협합니다. 시즌2의 마지막에는 나진이 담긴 물이 세상에 퍼질 수 있다는 암시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를 예고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남겼습니다.
박서준과 한소희 수현의 연기는 어땠을까
장태상 역의 박서준은 능청스럽고 계산적인 사업가가 조금씩 시대의 아픔을 마주하며 변해 가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보여 줍니다. 특유의 여유로운 말투와 표정이 초반의 태상과 잘 어울리고 후반부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습니다. 다만 인물의 변화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어 박서준의 매력에 비해 캐릭터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윤채옥 역의 한소희는 이 작품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칼과 총을 다루는 날렵한 몸놀림과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감정 연기가 돋보입니다. 하지만 대사 전달이 다소 평면적이라는 지적과 시대극 특유의 말투가 어색하게 들린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마에다 역의 수현은 차갑고 집요한 악역을 우아하게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인물의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평면적인 악역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함께 받았습니다.
700억 대작이 남긴 호평과 혹평 사이
경성크리처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미술입니다. 1945년 경성의 거리와 화려한 금옥당 그리고 거대한 옹성병원 실험실까지 세트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생체 실험이라는 아픈 역사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청자들의 시청 순위도 높게 나타나 불편한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습니다. 김해숙과 조한철 위하준 같은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극의 무게를 든든하게 받쳐 줍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합니다. 초반 1화와 2화의 전개가 느려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크리처물이라는 제목에 비해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습니다. 하이스트물과 로맨스 그리고 크리처물 사이에서 장르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700억이라는 제작비가 크게 홍보된 만큼 기대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실망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시즌2 역시 현대로 무대를 옮기며 새로운 재미를 주려 했지만 이야기가 떡밥만 남기고 끝났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박서준 한소희 조합의 케미와 역사적 메시지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정주행할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주말에 시즌1과 시즌2를 이어서 몰아 보기에도 좋습니다.
#경성크리처 #박서준 #한소희 #넷플릭스드라마 #GyeongseongCre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