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미 원스(Fool Me Once), 미셸 키건 주연 넷플릭스 스릴러가 반전을 숨긴 서사 트릭과 충격 결말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밤 한 여자가 거실에 몰래 설치해 둔 홈캠 영상을 확인합니다. 화면 속에서는 두 살배기 딸이 소파 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누군가 앉아 아이를 다정하게 안아 줍니다. 분명히 자신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은 남편이었습니다. 넷플릭스 폴 미 원스는 이 섬뜩한 장면 하나로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는 스릴러입니다. 2024년 새해 첫날 공개된 이 8부작 드라마는 그해 상반기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시리즈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무기는 홈캠 속 남편이 아니라 시청자가 보고 있는 이야기 자체에 숨겨 둔 교묘한 트릭입니다.

새해 첫날 넷플릭스를 뒤흔든 할런 코벤 스릴러

폴 미 원스는 미국의 인기 스릴러 작가 할런 코벤이 2016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할런 코벤은 넷플릭스와 장기 계약을 맺고 스테이 클로즈와 더 스트레인저 같은 드라마를 연달아 선보이며 반전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폴 미 원스는 원작의 미국 배경을 영국 맨체스터 근교로 옮겨 영국 드라마로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2024년 1월 1일 공개된 폴 미 원스는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시청 보고서에서 약 1억 750만 회의 조회 수로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브리저튼 시즌3와 베이비 레인디어 같은 화제작을 모두 제친 기록입니다. 공개 후 90일 동안의 조회 수만으로도 넷플릭스 역대 인기 시리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인공 마야 역의 미셸 키건은 영국에서 드라마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와 아워 걸로 사랑받아 온 배우로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조 역은 할런 코벤 드라마에 여러 차례 출연해 온 리처드 아미티지가 맡았고 영국의 국민 배우 조애나 럼리와 아딜 악타르가 힘을 보탰습니다.

죽은 남편이 홈캠 속에 나타났다

마야 스턴은 전직 군 헬기 조종사입니다. 그녀는 해외 파병 중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명령을 어기고 작전을 벌이다 민간인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결국 군을 떠났습니다. 당시 작전 녹음 파일이 폭로되면서 마야는 세상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야가 파병 중이던 사이 언니 클레어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밤 공원에서 남편 조와 함께 있던 마야는 강도를 만나고 조는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집니다. 조는 거대 제약 회사를 소유한 부유한 버킷 가문의 아들이었습니다.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뒤 마야는 딸 릴리를 돌보는 보모를 감시하려고 친구에게 받은 액자형 홈캠을 설치합니다. 그런데 그 영상에 죽은 조가 딸과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힌 것입니다.

마야가 보모 이자벨라에게 따지자 이자벨라는 마야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영상이 담긴 메모리 카드를 들고 달아납니다. 그 누구도 마야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군인 시절의 감각을 살려 홀로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조는 살아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 마야를 미치게 만들려는 걸까요.

같은 총에 죽은 언니와 남편 그리고 버킷 가문

사건을 맡은 형사 사미 키어스는 곧 중요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클레어와 조를 죽인 총알이 같은 총에서 발사됐다는 것입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두 죽음이 하나로 이어지자 키어스는 마야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키어스 자신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억 상실과 환각에 시달리며 수사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마야는 언니 클레어가 몰래 쓰던 휴대폰을 찾아내고 그 번호를 추적하다가 과거 자신의 녹음 파일을 폭로했던 내부 고발자 코리를 만나게 됩니다. 코리는 클레어가 동생에 대한 추가 폭로를 막는 대가로 버킷 가문의 비밀을 캐내는 일을 도왔다고 털어놓습니다. 버킷 가문의 제약 회사가 약물 임상 시험 결과를 조작해 위험한 약을 팔아 왔다는 비밀이었습니다.

조사가 깊어질수록 버킷 가문의 어두운 과거가 하나씩 드러납니다. 조의 형 앤드루는 오래전 요트에서 떨어져 숨졌는데 자살로 처리됐습니다. 조의 시어머니 주디스는 마야를 경계하며 조의 유산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입니다. 드라마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1996년 사립학교의 기이한 의식은 이 모든 비밀의 진짜 출발점이었습니다.

남편을 죽인 사람의 정체

이 부분부터는 드라마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는 살아 있지 않았습니다. 홈캠 속 영상은 딥페이크로 조작된 것이었고 이를 꾸민 사람은 시어머니 주디스였습니다. 주디스는 마야가 조를 죽였다고 의심했고 그녀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여 무너뜨리려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디스의 의심은 사실이었습니다. 조를 죽인 사람은 바로 마야 자신이었습니다.

진실은 이랬습니다. 조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신고식 도중 한 학생을 죽게 만들고 이를 숨겼습니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형 앤드루가 진실을 밝히려 하자 조는 그를 요트에서 밀어 죽였습니다. 그리고 클레어가 버킷 가문의 비리에 가까워지자 조는 클레어까지 살해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야는 조를 공원으로 불러내 그가 클레어를 죽일 때 쓴 바로 그 총으로 그를 쏘고 강도 사건으로 위장했던 것입니다.

진실을 알게 된 키어스는 자신의 병이 버킷 가문의 약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야와 손을 잡습니다. 마야는 홈캠 액자를 버킷 저택에 몰래 설치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연결한 뒤 가문 사람들과 마주합니다. 그녀는 일부러 총을 내려놓고 조의 형제 닐이 그 총으로 마야를 쏩니다. 가문의 자백과 살인 장면은 그대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버킷 가문은 무너집니다. 마야는 처음부터 자신의 죽음까지 계산해 딸을 언니의 남편 에디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18년 뒤 성인이 된 릴리가 자신의 딸에게 마야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장면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시청자를 속인 서사 트릭의 비밀

폴 미 원스의 가장 큰 트릭은 이야기를 마야의 시선으로 따라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시청자는 처음부터 마야를 남편과 언니를 잃은 피해자로 바라보고 그녀와 함께 홈캠의 비밀을 추적합니다. 드라마는 마야가 거짓말을 한다고 대놓고 보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가장 중요한 순간인 공원의 총격 장면을 마야의 기억 속 조각으로만 부분적으로 보여 주며 진실을 교묘하게 감춥니다. 시청자가 믿은 것은 거짓 장면이 아니라 보여 주지 않은 공백이었던 셈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미끼가 곳곳에 뿌려져 있습니다. 버킷 가문이 키어스에게 돈을 보냈다는 의혹과 수상한 보모 그리고 마야의 오랜 친구 셰인과 의문의 내부 고발자까지 의심할 만한 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마야의 군 복무 시절 사건도 그녀가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는 암시를 주다가 곧 동정의 대상으로 바뀝니다. 홈캠 속 남편이라는 초자연적인 미스터리에 시선을 빼앗긴 시청자는 가장 가까이 있던 범인을 끝까지 의심하지 못합니다.

제목에도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폴 미 원스는 영어 속담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 잘못이라는 말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 말은 마야가 조에게 속았던 과거를 가리키는 동시에 드라마에 두 번 속는 시청자를 향한 장난스러운 경고처럼 읽힙니다. 결말을 알고 처음부터 다시 보면 조의 죽음 앞에서 마야가 보이는 슬픔이 어딘가 절제되어 있다는 점처럼 곳곳에 숨겨진 단서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미셸 키건과 아딜 악타르 조애나 럼리의 연기

마야 역의 미셸 키건은 슬픔에 잠긴 미망인과 냉철한 군인 그리고 모든 비밀을 홀로 숨긴 복수자라는 세 얼굴을 한 인물 안에 담아냅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곳곳에서 표정 하나로 복선을 깔아 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정의 폭이 크지 않아 초반에는 인물이 차갑고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형사 키어스 역의 아딜 악타르는 이 드라마의 숨은 주인공입니다. 병에 시달리면서도 끈질기게 진실을 좇는 인물을 유머와 연민을 섞어 연기해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주디스 역의 조애나 럼리는 우아한 미소 뒤에 서늘한 집착을 숨긴 시어머니를 노련하게 소화했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 그 존재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몰아보기에는 최고지만 개연성은 아쉬운 드라마

폴 미 원스의 장점은 멈출 수 없는 몰입감입니다. 매 회 끝마다 새로운 의문이 던져져 8편을 하룻밤에 몰아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반전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마지막 회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는 진실에 충분히 놀랄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반전이 지나치게 많이 쌓이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키어스의 병이 우연히 버킷 가문의 약 때문이었다는 설정이나 딥페이크 영상 같은 장치는 편리한 우연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어린 딸을 두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마야의 결말도 감동적이라는 반응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엇갈립니다. 깊이 있는 스릴러를 기대하기보다는 반전의 롤러코스터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본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주말 저녁 가볍게 정주행할 스릴러를 찾는 분께 추천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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