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켜고 뭘 볼지 고민하다 결국 다시 손이 가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레드 노티스가 그런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무려 3주 연속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고 오랫동안 넷플릭스 영화 역대 시청 시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이 영화는 화려한 배우 라인업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대감이 차오르는데 실제로 보면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레드 노티스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황금 알을 둘러싼 추격전
이야기는 고대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에게 선물받았다는 세 개의 황금 알에서 출발합니다. 이 전설의 유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한 억만장자가 딸의 결혼식 선물로 삼겠다며 거액의 현상금을 걸자 전 세계 도둑들이 알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는 로마의 박물관에서 도난 위협을 막으려다 오히려 전설적인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와 얽히게 됩니다. 정신없이 쫓고 쫓기던 두 사람은 결국 진짜 배후에 있는 최고의 도둑 비숍의 계략에 휘말리며 예상치 못한 동맹을 맺게 됩니다. 영화는 로마에서 시작해 러시아 감옥 스페인의 성대한 무도회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정글 깊숙한 나치의 비밀 벙커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스케일 큰 추격전을 그려냅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특별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도둑질을 위한 정교한 작전과 뒤이은 배신 그리고 반전이라는 익숙한 공식을 따라가는데 미션 임파서블이나 한국 영화 도둑들을 연상시키는 전개입니다. 다만 이 익숙한 틀 안에서 캐릭터들의 케미와 유머가 워낙 강렬하게 작동해서 예측 가능한 전개조차 즐겁게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밝혀지는 하틀리와 비숍의 관계는 이 영화가 단순한 케이퍼 무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라 처음 볼 때는 꽤 놀랐습니다.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의 티키타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스토리가 아니라 세 배우의 케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드웨인 존슨은 진지하고 정의로운 FBI 요원 존 하틀리를 연기하면서도 특유의 거구 액션과 자연스러운 유머 감각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몸집 때문에 좁은 문에 끼거나 도주 중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에서 관객을 웃게 만드는 힘이 상당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에서 보여준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장난을 놀런 부스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이식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던지는 농담이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영화 전체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갤 가돗은 원더우먼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소화합니다. 우아하면서도 위협적인 비숍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능글맞고 계산적인 매력을 드러내는데 특히 후반부 반전 장면에서의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세 사람이 한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대사를 주고받는 리듬감이 워낙 좋아서 액션보다 오히려 대화 장면이 더 기다려질 정도였습니다.
화려하지만 얕은 액션과 부족한 긴장감
다만 냉정하게 말하면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습니다. 총격전이나 추격 장면에서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실제로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장면이 거의 없다 보니 위기감이 잘 살아나지 않습니다.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데도 아무도 맞지 않는 장면처럼 지나치게 안전한 설정이 몰입을 방해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가족 단위 관객까지 고려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본 입장에서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평론가들의 평가도 박한 편이었는데 메타스코어와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모두 낮은 반면 일반 관객 평가는 매우 높다는 점이 이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비평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편하게 즐기는 오락 영화를 원한다면 확실히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결말과 반전에 대한 솔직한 생각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해 주세요.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하틀리와 비숍이 사실 처음부터 연인이자 공범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이 두 사람이 함께 꾸민 거대한 각본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완전히 뒤통수를 맞습니다. 놀런을 나무에 묶어두고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완벽하게 속았다는 통쾌함을 느꼈지만 곧이어 놀런이 이미 두 사람의 계좌를 해킹해 전 재산을 동결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납니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완전체 트리오로 손을 잡은 채 루브르 박물관을 향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이 결말은 확실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다만 두 번의 반전이 연달아 나오다 보니 감정적인 여운보다는 다음 편을 위한 설정처럼 느껴지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레드 노티스는 완벽한 스토리나 정교한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유쾌한 티키타카 그리고 전 세계를 넘나드는 스케일을 즐기고 싶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생각 없이 편하게 즐기기에는 이만한 영화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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