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액션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다
우리는 종종 영화 속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영웅을 봅니다. 수많은 적을 상대로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모습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만약 그 영웅이 이미 모든 것을 은퇴하고 평범한 삶을 살던 전설적인 킬러라면 어떨까요. 손에 피를 묻히던 과거를 청산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남자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총을 잡아야 하는 상황. 이것은 액션 영화의 고전적인 설정이지만 언제나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The Killer: A Girl Who Deserves to Die)는 바로 그런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휴가를 꿈꾸던 전설의 킬러 '의강'이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소녀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한국형 액션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 증명하려는 듯 처음부터 끝까지 숨 쉴 틈 없는 액션을 쏟아냅니다. 이것은 단순한 총격전이나 격투가 아닙니다. 장혁이라는 배우가 온몸으로 빚어낸 스타일리시하고 자비 없는 K-액션의 정수입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린 자들을 향한 한 남자의 무자비한 응징. 오늘 그 압도적인 복수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설의 킬러 평화로운 휴가를 방해받다
주인공 방의강(장혁)은 업계에서 전설로 불리던 킬러입니다. 그는 피비린내 나는 과거를 청산하고 사랑하는 아내 현수와 함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에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제 사람을 해치는 일이 아닌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아내 현수는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며칠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현수의 친구가 자신의 딸인 17세 여고생 김윤지를 의강에게 며칠만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의강은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자신은 아이를 돌보는 일에 전혀 소질이 없으며 무엇보다 귀찮은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이 불편한 부탁을 수락합니다. 아내는 의강에게 "윤지랑 그냥 밥 잘 먹고 잘 지내기만 하면 돼" "절대 무슨 일 생기게 하면 안 돼"라고 신신당부하며 떠납니다. 겉보기엔 평범하고 조금은 반항적인 여고생 윤지. 의강은 그저 며칠만 조용히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맡은 아이는 '죽어도 되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의강의 평화로운 휴가는 이 소녀를 만난 순간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윤지는 어른의 보호가 성가시다는 듯 의강의 눈을 피해 친구들과 어울리겠다며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끔찍한 범죄 조직과 얽히게 됩니다. 윤지는 자신에게 접근한 친구가 사실은 돈을 받고 미성년자들을 유인하는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소녀가 사라지고 본능이 깨어나다
의강은 윤지에게 넉넉한 용돈을 주며 늦지 않게 들어오라고 말합니다. 그는 윤지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평범한 십 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윤지는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연락마저 두절됩니다. 의강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입니다. 그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윤지에게 주었던 용돈 지폐 속에 몰래 넣어둔 초소형 위치추적기를 가동합니다. 윤지의 위치는 서울 외곽의 수상한 숙박업소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윤지는 불량배들에게 둘러싸여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윤지의 친구라고 접근했던 소녀는 돈을 받고 윤지를 성매매 조직에게 넘기려 한 것입니다. 의강은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향합니다. 그는 좁은 모텔 복도에서 마주친 불량배들을 순식간에 제압합니다. 그의 몸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살인 병기로서의 본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의강은 겁에 질린 윤지를 구해내며 불량배들의 무릎을 꿇립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다시는 이 아이 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이 한 문장은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입니다. 그는 윤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넘어 자신만의 규칙을 어긴 자들에 대한 분노를 느낍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의강이 상대한 불량배들은 단순한 동네 양아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거대하고 잔혹한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습니다. 의강의 압도적인 힘에 자존심을 구긴 조직은 복수를 위해 그리고 윤지를 '상품'으로 되찾기 위해 다시 움직입니다. 그들은 윤지를 다시 납치합니다. 이번에는 더욱 치밀하고 잔인하게 움직입니다. 그들은 윤지를 납치해 컨테이너에 가두고 해외로 팔아넘길 계획을 세웁니다. 의강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전설적인 킬러의 잠자던 본능이 완벽하게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단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다
이제부터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의강은 윤지를 납치한 조직의 흔적을 하나씩 쫓습니다. 그는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적을 문자 그대로 '쓸어버립니다'. 의강은 과거 킬러 시절의 정보망을 가동해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윤지를 유인했던 불량배들을 찾아가 자비 없는 고문으로 배후를 알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의강은 이 조직이 단순한 성매매 알선 집단이 아니라 러시아 마피아와 손잡고 미성년자들을 납치해 해외로 인신매매하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임을 알게 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부패한 경찰 고위 간부까지 이 범죄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의강은 법이나 제도가 이들을 심판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방식대로 이들을 '청소'하기로 결심합니다. 의강의 액션은 자비가 없습니다. 그는 권총 나이프 맨손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무기로 활용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격투는 물론이고 넓은 창고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전까지 모든 액션 장면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됩니다. 그는 오직 윤지를 구출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돌진합니다. 조직의 본거지를 알아낸 의강은 홀로 적진에 뛰어듭니다. 수십 명의 적들이 그를 막아서지만 전설의 킬러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못합니다. 그는 이 모든 범죄의 정점에 있는 '유리'라는 이름의 또 다른 킬러와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끝낸 남자의 선택 (결말 포함)
지금부터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결말에 대한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의강은 마침내 조직의 최종 보스와 그를 호위하는 킬러 유리가 있는 펜트하우스에 도달합니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킬러 유리(브루스 칸)와 최후의 대결을 벌입니다. 유리는 의강 못지않은 실력자로 두 사람은 막상막하의 치열한 격투를 벌입니다. 이 장면은 영화의 모든 액션 역량이 집약된 명장면입니다. 격렬한 싸움 끝에 의강은 유리를 제압합니다. 그리고 컨테이너에 갇혀 해외로 팔려 가기 직전의 윤지를 극적으로 구해냅니다. 의강은 이 범죄에 연루된 모든 조직원과 부패 경찰 그리고 최종 보스까지 남김없이 처리합니다. 그는 이 세상에 '죽어도 되는 아이'는 없지만 '죽어 마땅한 놈들'은 존재함을 행동으로 증명합니다. 모든 적을 처리한 의강은 윤지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범죄 현장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모든 증거를 인멸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입니다. 며칠 후 아내 현수가 여행에서 돌아옵니다. 현수는 집안이 조금 어질러진 것을 보고 의강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습니다. 의강은 그저 "벌레 좀 잡았어"라고 무심하게 대답합니다. 윤지 역시 의강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모른 척하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입니다. 영화는 의강이 윤지에게 "이제 네가 죽어도 되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봐"라고 말하며 끝이 납니다. 의강은 다시 평화로운 은퇴 생활로 돌아가지만 그가 언제든 다시 킬러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암시하며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의 존재 이유 장혁 그리고 브루스 칸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사실상 '장혁'이라는 배우를 위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방의강을 연기한 장혁(Jang Hyuk)은 이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액션을 스크린에 쏟아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연마한 절권도와 복싱 실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고난도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습니다. 그의 액션은 빠르고 간결하며 스타일리시합니다. 단순한 합을 맞춘 동작이 아니라 실제 타격감이 느껴지는 리얼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특히 총기와 단검을 결합한 '건푸(Gun-Fu)' 액션은 할리우드 영화 '존 윅'을 연상시키면서도 장혁만의 속도감과 파괴력을 더했습니다. 그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감정 표현을 절제합니다. 대신 냉정한 눈빛과 망설임 없는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킬러 연기는 그가 왜 한국 최고의 액션 배우 중 한 명인지 증명합니다. 의강의 유일한 적수 킬러 유리를 연기한 브루스 칸(Bruce Khan)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제 무술 감독이자 스턴트맨 출신인 그는 장혁과 일대일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묵직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두 전문가가 벌이는 마지막 격투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녀 김윤지를 연기한 이서영(안느)입니다. 그녀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멈출 수 없는 K-액션의 쾌감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액션'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아붙이는 액션 시퀀스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쾌감을 선사합니다. 장혁이 설계한 액션은 화려하면서도 현실감이 살아있습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시원한 액션을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또한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90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액션을 위해 서사가 희생되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의강이 윤지를 구해야 하는 동기는 '아내와의 약속'이라는 것 외에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적들은 너무나 쉽게 나타나고 주인공의 압도적인 능력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집니다. 이로 인해 서스펜스나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깊이 있는 고찰보다는 오직 액션에만 집중합니다. 주인공 의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K-액션'이라는 장르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장혁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액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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