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사냥개 (Black Mirror: Metalhead), 무자비한 로봇의 추격전과 흑백의 절망

 


가장 원초적인 공포가 우리를 쫓아올 때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편리함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오직 하나의 목적 '제거'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블랙미러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이고 강렬한 공포를 선사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로 시즌4의 다섯 번째 이야기 '사냥개 (Metalhead)'입니다. 이 작품은 흔한 디스토피아적 설정이나 복잡한 가상현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색채가 사라진 흑백의 황량한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곳에는 오직 도망치는 인간과 뒤쫓는 기계 '사냥개'만이 존재합니다. 대화도 거의 없습니다. 오직 거친 숨소리와 금속성의 발소리만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블랙미러 사냥개'는 기술이 인간성을 완전히 배제했을 때 벌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생존 투쟁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숨을 멎게 만듭니다. 이 무자비한 추격전은 과연 어떻게 끝날까요.

무엇을 위한 약속이었나

흑백의 황량한 풍경 속 차량 한 대가 달립니다. 차 안에는 벨라 토니 그리고 클라크 세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정은 극도로 긴장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는 이미 알 수 없는 이유로 황폐화되었고 생존자들은 무언가를 피해 숨어 지내는 듯 보입니다. 그들의 목적지는 한 창고입니다. 그곳에는 '잭'이라는 아이를 위해 꼭 가져가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그 물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임을 암시합니다. 창고에 도착한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합니다. 토니는 차량을 운전해 창고 문을 들이받아 길을 트고 벨라와 클라크가 안으로 들어갑니다. 벨라는 무선 조종 장치로 상자를 확인하며 무언가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찾던 물건은 그 상자에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클라크가 거대한 상자 하나를 발견하고 벨라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벨라는 그 상자 안에 원하던 물건이 있기를 바라며 상자를 엽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온 것은 그들이 찾던 희망이 아니었습니다.

지옥의 사냥개 깨어나다

상자가 열리는 순간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작지만 치명적인 로봇 '사냥개'였습니다. 사족보행을 하는 이 기계는 망설임 없이 클라크를 향해 총알처럼 작은 폭발성 추적 장치를 발사합니다. 추적 장치는 클라크의 몸에 박혔고 사냥개는 그를 즉시 사살합니다. 벨라는 충격과 공포 속에서 겨우 창고를 빠져나옵니다. 그녀는 차에 타고 있던 토니에게 소리치지만 토니 역시 차를 몰고 도망치려다 사냥개의 공격을 받고 차와 함께 절벽 아래로 추락해 폭사합니다. 이제 벨라는 완전히 혼자가 되었습니다. 사냥개는 다음 목표물인 벨라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블랙미러 사냥개'는 이때부터 단 한 순간의 쉼도 허락하지 않는 처절한 추격전을 시작합니다. 벨라는 필사적으로 도망칩니다. 그녀는 절벽을 기어오르고 숲을 가로지릅니다. 하지만 사냥개는 인간의 체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와 지구력으로 그녀를 압박합니다. 벨라는 강가에 이르러 절박한 심정으로 강물에 뛰어듭니다. 차가운 물살이 그녀를 감싸지만 사냥개는 강가에서 추격을 멈춥니다. 벨라는 강 건너편 숲으로 도망쳐 나무 위로 올라가 겨우 한숨을 돌립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사냥개는 강을 건너오지는 못했지만 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감시하며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이 로봇은 지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목표물을 제거한다는 프로그램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벨라는 나무 위에서 추위와 공포 속에서 하룻밤을 버텨야 했습니다. 그녀는 무전기로 동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 사냥개가 잠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틈을 타 나무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사냥개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사탕을 던진 뒤 반대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달립니다. 하지만 사냥개는 속지 않았고 곧바로 벨라를 추격합니다. 그리고 벨라의 다리에 클라크에게 쐈던 것과 똑같은 폭발성 추적 장치를 박아 넣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그녀는 어디로 도망쳐도 사냥개에게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절망적인 사투와 마지막 신호

다리에 끔찍한 고통을 안고 벨라는 절박하게 도망칩니다. 그녀는 버려진 집 한 채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피신합니다. 그녀는 이곳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기로 결심합니다. 그녀는 다리에 박힌 추적 장치를 칼로 고통스럽게 파내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추적 장치는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스스로를 방어합니다. 그녀는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지릅니다. 이제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벨라는 마지막 함정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집 안의 페인트 통을 가져와 사냥개의 시각 센서를 무력화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사냥개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벨라는 계단 위에서 페인트 통을 던져 사냥개의 센서를 덮어버리는 데 성공합니다. 시야가 차단된 사냥개는 비틀거리며 총을 난사합니다. 벨라는 이 틈을 타 부엌에서 칼을 챙겨 사냥개에게 달려들고 로봇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격렬한 사투를 벌입니다. 사냥개는 센서가 망가졌음에도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며 벨라를 공격합니다. 벨라는 샷건을 발견하고 사냥개를 향해 발사합니다. 마침내 로봇은 움직임을 멈춥니다. 지옥 같던 추격전이 끝난 듯 보였습니다. 벨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전기를 집어 듭니다. 그녀는 동료에게 "잭을 위해 물건을 찾지 못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 주소를 알려주며 그들에게 자신이 사랑했다고 전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때 쓰러졌던 사냥개가 마지막 힘을 다해 움직입니다. 사냥개는 몸체에서 산탄총처럼 수십 개의 작은 폭탄 추적 장치들을 사방으로 발사합니다. 벨라는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집 안은 수십 개의 추적 장치로 뒤덮이고 벨라의 몸에도 여러 개의 추적 장치들이 박힙니다.

절망의 끝을 연기한 배우 맥신 피크

'블랙미러 사냥개'는 사실상 주인공 벨라 역을 맡은 배우 맥신 피크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에피소드는 대사가 극도로 적습니다. 대신 맥신 피크는 숨소리 표정 그리고 처절한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기계에 쫓기는 자의 원초적인 공포와 극한의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다리에 박힌 추적 장치를 스스로 파내려 할 때의 비명과 고통스러운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아프게 만들 정도입니다. 또한 마지막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전기를 드는 장면에서 그녀가 보여준 절망과 체념 어린 연기는 이 흑백 드라마에 가장 깊은 감정의 색을 입혔습니다. 맥신 피크는 대사 없이도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배우의 힘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그들이 찾으려 했던 단 하나의 물건

여기부터 '블랙미러 사냥개' 에피소드의 충격적이고 허무한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이 부분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온몸에 추적 장치가 박힌 벨라는 이제 사냥개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사냥개는 곧 그녀를 추적해 올 것입니다. 벨라는 고통 속에서 마지막 선택을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기로 결심합니다. 카메라는 피가 흘러내리는 그녀의 손을 비추며 집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천천히 벨라 일행이 처음에 도착했던 창고로 이동합니다. 그곳에는 벨라가 마지막까지 찾으려 했던 상자가 열려 있습니다. 그 상자 안에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찾으려 했던 물건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흰색 곰인형'이었습니다. 이 황폐한 세계에서 아이 잭에게 마지막으로 주고 싶었던 단 하나의 희망이자 인간성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자비한 기계 '사냥개'에게 곰인형은 그저 제거해야 할 목표물을 방해하는 장애물에 불과했습니다.

흑백의 세계가 선사하는 가장 순수한 공포

'블랙미러 사냥개'는 시리즈 중 가장 실험적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흑백 화면을 선택함으로써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공포를 극대화했다는 점입니다. 색이 사라진 세상은 황량함과 절망감을 배가시키며 관객을 벨라의 생존 투쟁에 완벽하게 몰입시킵니다. 또한 복잡한 설정 없이 오직 '추격'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하여 러닝타임 내내 극한의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사냥개'는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일부 시청자에게 답답함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블랙미러 특유의 복잡한 반전이나 사회 비판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단순한 서바이벌 호러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개'는 기술이 인간성을 완전히 말살시킨 미래를 가장 감각적이고 잔인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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