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 당신의 해시태그가 살인이 됩니다 (Black Mirror Hated in the Nation)

 


온라인 마녀사냥이 현실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매일 소셜 미디어 속에서 수많은 분노와 마주합니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해시태그라는 이름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만약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던진 '미움'의 돌이 실제로 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무기가 된다면 어떨까요.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리즈에서 90분이라는 장편 영화급 러닝타임으로 제작된 '미움 받는 사람들' (Hated in the Nation) 에피소드는 바로 이 끔찍한 상상을 현실로 가져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기술 비판을 넘어 우리가 무심코 참여하는 온라인 여론 재판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 묵직한 경고를 던집니다. 오늘은 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이 그려낸 충격적인 연쇄 살인과 그 속에 담긴 섬뜩한 진실을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DeathTo 저주가 된 해시태그와 의문의 죽음

이야기는 논란의 중심에 선 보수 성향의 칼럼니스트 조 파워스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그녀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칼럼을 기고하여 전 국민적인 비난을 받고 있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그녀를 향한 #DeathToJoPowers 라는 해시태그로 들끓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녀는 자택에서 끔찍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이 기이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베테랑 형사 카린 파크와 기술에 능숙한 신참 형사 블루 콜슨이 투입됩니다. 파크는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하지만 날카로운 직감을 가졌고 블루는 디지털 증거 분석에 뛰어난 능력을 보입니다. 그들은 조 파워스의 뇌에서 무언가 이상한 물체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ADI' 즉 자율 드론 곤충이었습니다. ADI는 꿀벌이 멸종된 가까운 미래에 정부가 생태계 유지를 위해 개발한 로봇 벌이었습니다. 전국에 수십만 마리가 퍼져 인공 수분을 담당하는 이 ADI가 어떻게 인간의 뇌 속에서 발견된 것인지 의문은 깊어집니다.

꿀벌 로봇 ADI의 배신과 연쇄 살인의 법칙

첫 번째 살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인기 래퍼 '터스크'가 무대 위에서 아이를 모욕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 후 그 역시 #DeathToTusk 해시태그의 표적이 되었고 곧바로 조 파워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망합니다. 파크와 블루는 이 연쇄 살인이 #DeathTo 해시태그와 ADI 시스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직감합니다. 수사 결과 ADI를 개발한 '그래뉼러'라는 회사의 시스템이 정체불명의 해커에게 뚫렸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해커는 #DeathTo 해시태그를 일종의 살인 투표 시스템으로 악용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자정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DeathTo 태그와 함께 언급된 인물을 ADI가 자동 추적하여 살해하는 끔찍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부와 경찰은 이 사실을 대중에게 숨기려 하지만 이미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갑니다.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난이 아닌 실제 살인 투표임을 알면서도 익명성에 기대어 다음 희생자를 지목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Spoiler Warning) 심판의 날 해시태그를 사용한 모든 이에게

지금부터는 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의 가장 충격적인 결말과 핵심 반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이 단락을 건너뛰시길 바랍니다. 파크와 블루는 해커의 정체가 그래뉼러의 전 직원이었던 '개럿 스콜스'임을 밝혀냅니다. 그는 ADI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이 모든 일을 꾸몄습니다. 정부는 해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하며 시스템을 재부팅하여 ADI의 통제권을 되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럿 스콜스가 파놓은 거대한 함정이었습니다. 그는 정부가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순간 ADI의 진짜 목표를 실행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의 진짜 목표는 매일 한 명의 공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진짜 목표는 바로 #DeathTo 해시태그를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하며 이 끔찍한 마녀사냥에 동참했던 모든 사람이었습니다. 개럿 스콜스는 이 '게임'의 참가자 명단 즉 약 38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두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시스템이 재부팅되자 전국의 모든 ADI는 살상 모드로 전환되어 이 38만 명을 찾아 일제히 공격을 시작합니다. 영국 전역은 문자 그대로 지옥으로 변합니다. 이 참사로 인해 블루는 동료를 잃고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파크는 청문회에 서게 됩니다. 엔딩 장면에서 파크는 블루가 자살했다는 암시를 남기지만 마지막 순간 블루가 해외에서 개럿 스콜스를 찾아냈음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켈리 맥도널드와 페이 마세이의 묵직한 호흡

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은 90분이라는 긴 시간을 두 주연 배우의 훌륭한 연기 호흡이 이끌어 갑니다. 베테랑 형사 '카린 파크'를 연기한 켈리 맥도널드는 기술에 익숙지 않지만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노련한 형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그녀는 디지털 시대의 광기 속에서 유일하게 인간적인 고뇌와 책임감을 느끼는 인물로 극의 무게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특히 마지막 청문회 장면에서 보여준 그녀의 지치고 공허한 표정은 이 비극의 거대한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블루 콜슨' 역의 페이 마세이는 파크와 정반대되는 매력을 선보입니다. 그녀는 뛰어난 기술 전문가이자 열정 넘치는 젊은 형사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믿었던 기술이 끔찍한 흉기로 변하는 과정을 목격하며 점차 무너지고 죄책감에 휩싸입니다. 켈리 맥도널드와 페이 마세이는 서로 다른 세대와 가치관을 대변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십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이 거대한 스릴러를 완성시켰습니다.

90분간의 러닝타임이 경고하는 현실적 공포

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은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스케일이 크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ADI'라는 미래 기술과 '소셜 미디어 마녀사냥'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매우 정교하게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꿀벌 로봇이라는 설정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까지 담아내며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시청자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윤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비난에 동참한 대중은 살인자들과 같은 죄를 지은 것일까요. 다만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일부 시청자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반부의 사건 전개나 경찰 수사 과정이 정통 범죄 스릴러의 문법을 따라가기 때문에 블랙미러 특유의 날카롭고 빠른 전개를 기대했다면 조금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긴 호흡은 마지막의 거대한 비극을 위한 처절한 밑그림이었습니다. 블랙미러 미움 받는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키보드 앞에서 행하는 무심한 분노가 언제든 우리 자신을 향한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가장 무섭고도 현실적인 예언입니다.

#블랙미러 #미움받는사람들 #HatedintheNation #넷플릭스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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