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피어난 리빌딩의 이야기, 스토브리그


스포츠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경기 장면 하나 없이 오직 프런트의 이야기만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낸 드라마가 있습니다.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라는 배경 위에 현실적인 조직의 운영과 리더십, 그리고 뜨거운 팀워크를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기는 법’을 잊은 최하위 야구팀이 새로운 단장을 맞이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이 드라마는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최하위 야구팀에 찾아온 낯선 단장

드림즈는 4년 연속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구단입니다. 경기력은 물론 프런트 조직까지 무기력에 빠진 팀이었습니다. 이 무너진 구단에 새로 부임한 단장은 의외의 인물이었습니다. 야구 경험이 전혀 없는 전직 핸드볼 선수 출신, 백승수. 그는 이전에도 여러 스포츠 팀을 맡아 하나같이 해체 위기에서 구해낸 전적이 있었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말투와 철저히 논리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은 드림즈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선수단 내부는 물론 프런트 직원들까지 백승수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가 선수 방출, 연봉 삭감, 스카우트 제도 개편 등 민감한 사안을 차례로 건드리면서 갈등은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백승수는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의 냉정한 판단 뒤에는 조직에 대한 절박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드림즈라는 구단이 온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기획팀장 이세영, 함께 걷는 사람들

그의 곁에는 드림즈를 오랫동안 지켜온 기획팀장 이세영이 있었습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버티고 있었던 이세영은 처음에는 백승수의 방식에 혼란을 느꼈지만, 점차 그가 얼마나 진지하고 진심 어린 단장인지를 깨닫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로 일했지만, 팀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같았고 이는 드림즈의 재도약에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백승수는 숫자와 데이터로 현실을 분석했고, 이세영은 사람의 마음을 살폈습니다. 이들은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 구단주와 현장의 중간에서 갈등을 조율하고 위기를 돌파했습니다. 그들과 함께한 정비팀장 한재희, 운영팀장 고세혁, 스카우트 팀원 임동규 등 각기 다른 사연과 개성을 지닌 인물들도 하나둘 변화하며 팀을 재정비하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진짜 승부는 운동장 밖에서 벌어진다

‘스토브리그’는 경기장이 아닌, 그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선수 영입, 방출, 스카우트 회의, 연봉 협상, 내부 비리 척결 등 현장 이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정들이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실제 스포츠 구단의 운영 방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드라마는 ‘이기는 팀’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불합리하게 연봉이 삭감되던 유망주 선수를 위해 백승수 단장이 스스로 구단주에게 맞서는 장면입니다. 그는 모든 결정에서 감정을 배제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선수의 가치를 잘 아는 리더였습니다. 드림즈는 백 단장의 개혁으로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고,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냉정한 승부 속 따뜻함을 놓지 않다

스토브리그는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처럼 감정 과잉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냉정하고 절제된 인물들이 중심에 있고, 승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뜨거웠던 이유는, 바로 그 절제 속에 깃든 따뜻함 때문이었습니다.

선수들을 숫자로만 보지 않으려는 백승수, 야구를 사랑해 이 자리에 남은 이세영,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 이들이 만들어낸 ‘변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감동적인 여정을 남겼습니다. 드림즈가 반드시 우승해야만 이 드라마가 감동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

스토브리그는 SBS에서 제작되었으며, 연출은 정동윤 감독, 극본은 이신화 작가가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이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완성했습니다. 남궁민은 백승수 역을 맡아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진심을 드러내는 복합적인 인물을 탁월하게 소화했습니다. 냉철하지만 인간적인 리더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며, 야구를 전혀 하지 않는 단장이 어떻게 신뢰를 얻어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박은빈은 이세영 역을 맡아 구단의 핵심 인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조직의 버팀목이자 감정의 연결고리로 활약했습니다. 그 외에도 조병규, 오정세, 이준혁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 역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스타보다 캐릭터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힘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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