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엿같은 사랑 후기 (Our Sticky Love), 기억상실 검사와 순정남 복서의 찐득한 동거 로맨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이라니 처음에는 다소 거친 어감의 제목에 반신반의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엿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극 중 배경이 되는 엿마을과 절묘하게 맞물리는 중의적인 언어유희였습니다. 정해인이 삼 년 만에 넷플릭스로 복귀한다는 소식과 하영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모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여기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마이 데몬을 연출했던 김장한 감독과 유 레이즈 미 업의 모지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니 공개 전부터 기대감이 남달랐습니다. 기억을 잃은 엘리트 검사와 자칭 남자친구라 우기는 복싱 코치가 시골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다는 설정은 자칫 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범죄 조직과 얽힌 미스터리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예상보다 훨씬 진지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엿같은 사랑을 직접 시청하며 느낀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연출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기억을 잃은 검사와 거짓 연인이 시작된 엿마을

이야기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소속의 엘리트 검사 고지원이 폭력 조직 보스 백상길을 추적하던 중 의문의 사고를 당해 모든 기억을 잃으면서 시작됩니다. 엿공방이 줄지어 선 낯선 시골 마을인 구진 엿마을의 병원에서 눈을 뜬 그녀 앞에 복싱 코치 장태하가 남자친구라며 나타나고 얼떨결에 이름도 고은새로 바꾼 채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짓 연인 행세가 단순한 코미디용 설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태하는 사실 은새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고 두 사람은 고등학생 시절 복싱 경기장에서 그리고 훗날 일본 야쿠자들에게 쫓기던 태하를 은새가 오토바이로 구해주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인연이 이어져 온 사이였습니다. 이러한 과거 인연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은 단순한 동거 코미디를 넘어 두 사람 사이에 쌓여온 세월의 무게를 함께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초반부에는 취향과 거리가 먼 후줄근한 차림의 남자와 범상치 않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은새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조직의 비밀과 태하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며 이야기는 미스터리 색채를 짙게 띠어갑니다. 엿마을 특유의 정겨운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역시 이야기에 온기를 더해주는 요소였는데 엿마을 삼총사로 불리는 감초 조연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웃음 포인트는 무거워질 수 있는 미스터리 전개 사이사이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대도시 검사로 살아왔던 은새가 정겨운 시골 인심에 조금씩 물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가 주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정해인과 하영의 케미 그리고 허성태의 빌런 서사

정해인은 거친 조폭 출신이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 순정남 장태하 역을 맡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인상적인 캐릭터를 새겼습니다. 겉으로는 무심하고 능글맞은 태도를 보이면서도 은새를 향한 진심이 은근하게 배어나오는 눈빛 연기는 이 작품의 로맨스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해주었습니다. 특히 과거 조직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능청스러운 유머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영이 연기한 고은새 역시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억을 잃었음에도 특유의 당돌하고 주체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캐릭터를 하영은 청순가련한 수동적 여주인공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인물로 완성해냈습니다. 검사로서의 날카로운 촉과 기억을 잃은 이후의 순수한 호기심을 오가는 이중적인 매력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점에서 하영의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여기에 허성태가 연기한 백상길이라는 빌런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래에덴 회장이라는 지위 뒤에 숨겨진 냉혹함과 태하의 어머니였던 혜수를 향한 오래된 집착을 허성태는 서늘한 표정 하나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단순히 악역으로만 소비되지 않고 젊은 시절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뒤섞인 복합적인 인물로 그려낸 점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태하의 복싱 코치였던 홍도엽 역의 전배수를 비롯해 김영옥과 서정연 같은 관록 있는 배우들이 함께해 극 전체의 안정감을 든든하게 받쳐주었습니다.

로맨스와 스릴러 사이 균형 잡기의 성공과 아쉬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로맨틱 코미디와 누아르 스릴러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를 매끄럽게 엮어냈다는 점입니다. 엿마을 특유의 훈훈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은새와 태하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편안한 웃음을 안겨주는 반면 조직의 추적과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들은 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극의 완급을 조절해주었습니다. 실제 촬영지로 사용된 경상북도 예천의 전통마을이 주는 정취 역시 이야기의 매력을 한층 더해주었습니다. 조선 십승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은 화면 곳곳에 그대로 담겨 있었는데 도시적이고 삭막한 검사의 일상과 대비되는 시골 마을의 따뜻한 색감이 두 사람의 로맨스에 은은한 정서를 더해주었습니다. 다만 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백상길과 장태하 사이의 출생의 비밀이라는 반전은 다소 아쉬운 지점으로 남았습니다. 이미 충분히 촘촘하게 짜여 있던 미스터리 구조에 굳이 무리하게 얹은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 설정이 억지스럽게 끼워 넣어진 느낌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로맨스 자체의 완성도와 두 주인공의 케미에 집중했더라면 오히려 더 깔끔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제로 방영 도중 이 반전이 공개된 이후 극의 몰입도가 흔들렸다는 반응이 커뮤니티에서 적지 않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열두 부작이라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새로운 설정을 무리하게 밀어 넣은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이런 엿같은 사랑의 결말을 다루는 내용이니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을 건너뛰시길 권해드립니다. 기억을 되찾은 고은새는 검사로서의 냉철한 판단력을 다시 회복해 백상길과 관련된 조직 및 내통자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완벽하게 소탕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극 후반부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나는데 다름 아닌 백상길이 장태하의 친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태하는 이 사실을 끝까지 모른 채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백상길은 자신이 벌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듯 태하 앞에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생을 마감합니다. 극적인 폭발 사고 속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태하는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이후 은새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마침내 거짓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약속합니다. 결말부에서 태하는 은새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두 사람은 결혼식까지 올리며 이야기는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억지스러운 이별이나 눈물을 짜내는 신파 없이 담백하게 마무리된 결말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태하가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끝내 알지 못한 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설정은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져야만 완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오히려 담백한 여운을 남겼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런 엿같은 사랑을 마치고 남는 솔직한 총평

이런 엿같은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능숙하게 엮어낸 웰메이드 작품이었습니다. 정해인과 하영의 자연스러운 케미와 서로를 향한 진심이 담긴 눈빛 연기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었고 허성태를 비롯한 명품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 역시 극의 완성도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었습니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라도 서로를 향한 진심과 희생이 쌓이면 결국 진짜 사랑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야기 전반에 걸쳐 설득력 있게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후반부에 급하게 등장한 출생의 비밀이라는 반전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고 이로 인해 일부 시청자들이 중반 이후 이탈했다는 반응도 있었던 만큼 이 부분은 아쉬움으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열두 부작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 안에서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모두 욕심낸 탓에 후반부 전개가 다소 급박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백하게 마무리된 해피엔딩과 두 주연 배우의 매력적인 호흡만큼은 이 작품을 끝까지 지켜본 이유로 충분했습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마을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잃지 않고 끝까지 유지한 균형 감각 역시 이 드라마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싶은 로맨스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점 정해인과 하영의 자연스러운 케미와 눈빛 연기 로맨스와 스릴러를 균형 있게 엮어낸 연출 신파 없이 담백하게 마무리된 해피엔딩

단점 다소 억지스러웠던 출생의 비밀 반전 후반부로 갈수록 급박해진 미스터리 전개 일부 설정의 개연성 부족

#이런엿같은사랑 #OurStickyLove #정해인 #하영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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