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 (Black Mirror: The National Anthem), 한 나라의 총리에게 가해진 끔찍한 요구와 미디어의 광기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지배할 때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스크린을 바라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며 밤에는 OTT 서비스로 드라마를 봅니다. 이처럼 완벽하게 연결된 사회는 편리함을 주지만 때로는 가장 끔찍한 무기가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만약 이 모든 미디어가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면 어떨까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드라마 블랙미러 시리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충격적인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국에서는 '돼지와 공주' 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한 블랙미러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 '국민 찬가 (The National Anthem)'입니다. 이 이야기는 먼 미래의 공상 과학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장 현실적인 악몽입니다. 이 드라마는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와 미디어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볼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악몽 같은 요구사항 공주가 납치되다

이야기는 영국의 총리 마이클 캘로우의 평범한 아침을 깨뜨리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됩니다. 영국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서섹스 공주 수재나가 납치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정부는 즉각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하지만 곧이어 더 끔찍한 사실과 마주합니다. 납치범이 요구하는 것은 돈이나 정치적인 석방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단 하나의 요구사항을 전 세계에 퍼뜨렸습니다. 바로 마이클 캘로우 총리가 오늘 오후 4시까지 돼지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전국에 생방송으로 내보내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공주는 살해될 것입니다. 정부는 즉각 해당 영상의 확산을 막으려 시도합니다. 언론 통제(D-Notice)를 발령하고 인터넷 차단을 시도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모든 국민이 이 끔찍한 요구사항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는 이처럼 시작부터 총리를 최악의 딜레마로 몰아넣습니다. 정부는 납치범의 흔적을 필사적으로 추적하지만 범인은 매우 치밀했습니다.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점점 4시를 향해 흘러가고 총리와 내각은 패닉에 빠집니다.

여론의 광기 딜레마에 빠진 총리

마이클 캘로우 총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공주라는 한 생명 사이에서 처절한 갈등을 겪습니다. 내각의 의견은 둘로 나뉩니다. 국가의 원수가 테러범의 요구에 굴복하여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다면 국가의 위신은 바닥에 떨어지고 끔찍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총리 자신은 물론 그의 아내조차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정부는 시간을 벌기 위해 특수부대를 투입해 납치범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곳을 급습하고 동시에 방송을 조작할 계획을 세웁니다. 총리와 닮은 포르노 배우를 섭외해 가짜 방송을 송출하려는 위험한 도박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납치범은 이 모든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 방송국으로 소포를 보냅니다. 그 안에는 절단된 사람의 손가락이 들어있었습니다. 수재나 공주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가락이 공개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처음에는 총리를 동정하던 여론이 점차 공주를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곧 총리가 희생해야 한다는 거대한 압력으로 변질됩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총리가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아집니다.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는 미디어가 어떻게 대중의 여론을 선동하고 그 여론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잔인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짊어진 자의 절규 로리 키니어의 연기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 에피소드는 사실상 총리 마이클 캘로우 역을 맡은 배우 로리 키니어의 원맨쇼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시청자가 몰입하게 만드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로리 키니어는 감당할 수 없는 압박감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한 인간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처음에는 위기를 관리하려는 이성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절망에 빠진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이 되어갑니다. 특히 방송을 앞두고 아내와 통화하는 장면 아내가 차마 그를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장면에서 그의 표정은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체념하고 방송국 스튜디오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무거운 절망과 굴욕감을 전달합니다. 로리 키니어는 단지 위기에 빠진 총리를 연기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익명의 대중과 미디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 한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의 소름 돋는 연기 덕분에 블랙미러의 이 에피소드는 단순한 자극적인 설정을 넘어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모두가 공범이었던 끔찍한 진실

여기서부터는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 에피소드의 충격적인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이 부분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마이클 캘로우 총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오후 4시 영국 전역의 모든 텔레비전과 인터넷 방송이 총리의 끔찍한 행위를 생중계하기 시작합니다. 거리는 텅 비었고 모든 국민이 술집과 가정집에서 숨죽인 채 스크린을 바라봅니다. 드라마는 이 장면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총리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중의 무표정한 얼굴을 교차로 비춥니다. 시청자 역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공범이 되는 순간입니다. 약속된 시간이 흐르고 총리는 인간으로서의 모든 존엄성을 잃은 채 스튜디오를 나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충격적인 반전이 드러납니다. 사실 수재나 공주는 방송이 시작되기 30분 전 이미 런던의 한 다리 위에서 무사히 풀려났습니다. 방송국으로 보내졌던 손가락은 공주의 것이 아니라 납치범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납치범은 유명한 현대 예술가였으며 이 모든 것은 그가 기획한 거대한 '퍼포먼스 아트'였습니다. 그는 총리나 공주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없었습니다. 그는 단지 현대 사회의 미디어가 얼마나 자극적인 볼거리에 중독되어 있는지 그리고 대중이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는지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총리의 희생은 결국 공주를 구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인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전시한 것뿐이었습니다.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의 진짜 결말은 1년 뒤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마이클 캘로우 총리는 역설적이게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중은 그를 '희생한 영웅'으로 기억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의 사적인 삶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그의 곁에 있지만 그를 경멸하고 혐오하는 눈빛을 숨기지 못합니다. 총리 역시 아내의 외면을 받아들이며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합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역겹지만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거울

블랙미러 시즌1 돼지와 공주 (Black Mirror: The National Anthem)는 시청하기 매우 고통스러운 작품입니다. 보는 내내 역겨움과 불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이 에피소드가 가진 가장 큰 힘입니다. 이 드라마는 현대 미디어의 속성과 대중의 관음증을 극단적인 설정으로 밀어붙여 가장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물론 그 비판의 방식이 너무 직설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단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납치범의 동기가 '예술'이었다는 설정은 이 거대한 비극에 비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던지는 질문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스크린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끔찍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여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동참하게 될까요. 블랙미러 돼지와 공주 에피소드는 너무나 끔찍해서 잊고 싶지만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외면할 수 없는 문제작입니다. 블랙미러 시리즈의 정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알린 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앞으로 블랙미러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칠 것인지 기대하게 만드는 완벽한 서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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